Gun's blog

선악의 저편 1장

선악의 저편 1장 - 철학자들의 편견에 관하여

비진리의 용인

니체는 서문에서 얘기하는 것과 같이 진리만을 바라보며 이상만을 좇는 철학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그 어조를 처음부터 확실하게 표현한다. 그에 그치지 않고 대립되는 무언가를 통해 그리고 그 대립이라는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사고하는 것을 ‘기다린다', ‘오고있다'고 표현함으로써 본인의 생각을 확고히 밝힌다.

저 훌륭하고 존중할 만한 사물의 가치를 만드는 것이 바로 겉비고에 대립되는 저 나쁜 사물과 위험할 정도로 유사하고 .. (중략).. 다른 반대의 취미와 성향을 지니고 있는 그러한 철학자가 도래하기를 기다려야만 한다. ..(중략).. 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니체는 우리가 얼마나 우리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설계되어 있는대로 움직이고 사유하는지를 되짚어 준다.

한 철학자의 의식적인 사유 대부분은 그 자신의 본능에 의해 은밀하게 인도되며 특정한 궤도에서 움직이도록 강요된다. ..(중략).. 예로 확정된 것은 불확정적인 것보다 가치가 있고, 가상은 ‘진리'보다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평가는 스스로를 보존하기 위해 우리 같은 존재에게 필요한 일종의 어리석음일 수 있다.

잘못된 판단을 포기하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 것이며, 삶을 부정하는 것이다. 삶의 조건으로 비진리를 용인하는 것, 이 일을 감행하는 철학은 그것만으로 이미 선악의 저편에 있게 된다.

비진리의 용인. 말로만으로도 이미 어려울 것 같은 이 어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얼마나 한정적으로 내가 아는 것 또 내가 믿는 것이 진리라고 생각했는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그의 도덕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다시 말해 그의 본성의 가장 내면적인 충동들이 어떤 위계질서 속에 상호 정렬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분명하고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한다.

결국 한 인간의 도덕은 그가 얼마나 선에 대해 고민하고 사유하는 것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충동들이 겹겹히 쌓이기만을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대들은 자연이 ‘스토아 철학에 따른’ 자연이기를 원하며.

스토아 철학의 기본개념인 있는 그대로의 삶. 즉 ‘자연’스러움의 삶을 생각할 때에도 철학자 그리고 우리의 어리석음은 바로 들통나버리는데, 자연스럽게 살려고 노력하면서 결국에 자연마저도 우리의 시선대로 보려고 하는 우매함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사유한다. 라는 말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사유의 원인인 나라는 존재에 말할 권리를 주는 것을 되물으며 기존 철학자들에게 질문한다. 왜 절대적으로 진리만이 있어야 하는가?

의지는 명령하는 것과 그것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뉘어 지는데, 이는 지배관계와 일치하게 된다. 그리고 인간은 자아에 의해 명령하는 것과 수행하는 이중성을 하나로 합쳐서 보게되고 자신의 의지 자체가 저항을 극복하여 승리했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착각한다. 즉 우리의 의지로 승리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착각일 뿐 사실은 원래의 행동 궤도대로 자신에게 명령하고 복종했을 뿐이다.

1장을 읽어보면 진리로의 맹목적 탐구를 경계하려는 니체의 생각이 엿보인다. 그러면서 대립되는 비진리에 대한 용인의 자세, 넘어서 진리와 비진리의 경계 자체를 고민하는 사유가 돋보이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공동체와 타인에 대해 다시 한 번 바라보게 된다. 니체가 말하는 기존의 철학자들은 진리를 바라보면서 그것만을 성취하려는 우매함을 드러냈다. 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시선을 우리의 삶으로 돌려보려 한다. 진리를 찾아내겠다는 기존의 철학자들의 우매함을 넘어서 이제는 정치적 선을 본인이 알고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정치적 진리, 절대 선, 율법 등 많은 기준들을 본인의 잣대인지 참 진리인지, 교육받아 온 것인지 판단하지 않은 상태로 그 궤도에 올라 무한히 돌고있는 인공위성 같은 우리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또 타인 더 나아가 공동체에서 어떻게 나의 진리와 타인의 진리가 충돌하면서 서로를 완성시킬 수 있는지 나의 진리와 비진리의 경계가 어떻게 허물어질 수 있는지 아렌트의 다원성이 왜 존재해야만 하는지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 2019. gu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