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n's blog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1장)

우리는 오늘날 정확히 얼마나 불평등한가? 미국의 경우 2007년을 기준으로 지난 25년동안 400대 부자들의 전체 부는 1690억 달러에서 1조 5000억 달러로 10배가량 늘어났다.(2007년 신용 붕괴) 전 세계 최고 부자 1000명의 부를 모두 합하면 줄잡아 가장 가난한 25억명의 부를 모두 합한 것의 2배에 이른다. 전 세계 인구 중 상위 20퍼센트가 생산된 재화의 90퍼센트를 소비하는 반면, 가장 가난한 20퍼센트는 불과 1퍼센트만을 소비하고 있다. 대기업 변호사의 아들과 하급 공무원의 아들이 같은 교실에서 학교생활을 똑같이 잘하고 똑같이 열심히 공부하며 IQ까지 같다고 해도, 마흔 살이 되었을 때 미국 내 상위 10퍼센트의 부자에 포함될 만한 액수의 분급을 받을 가능성에서 전자가 후자보다 27배나 더 높다. 미국인들 가운데 가장 부유한 1퍼센트가 지닌 부의 총합은 하위 90퍼센트가 지닌 부의 총합보다 2조 달러나 많은 16조 8000억 달러에 달했다. 30여 년 동안 하위 50퍼센트의 미국인들의 평균 소득은 6퍼센트 증가한 반면 상위 1퍼센트의 소득은 229퍼센트 증가했다.

이와 같은 수치들로 우리는 얼마나 정확히 불평등한 사회에 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시간이 갈수록 불평등의 정도가 위처럼 더 심각해지는 현실에서 우리는 ‘진실'을 찾아낼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엘리트주의는 허구라는 것이다. 오랜 시간동안 경제학계의 정설로 여겨져왔던 엘리트주의, 불평등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불평등으로 인해 소수의 사람들이 경제성장을 일으키면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모두의 경제적 이익이 된다는 믿음은 거짓이다. 이 부분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소수의 부자들이 기업가 정신이 고양되어 우리 모두의 경제적 파이가 커진다는 것은 단순한 속임수일 뿐이며 사실 커지는 것은 ‘그들'의 파이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 이런 식으로 불평등의 정도가 커진다면 개인의 소비 수요가 적어지기 때문에 사회는 소비 능력을 잃고 자산의 버블만을 초래한다는 랜슬리의 지적이 이 시대의 불평등의 현실을 관통한다. 주변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어구 중에 엘리트 주의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을 찾아본다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인재 한명이 수십만명을 먹여살린다”는 것이 있다.(심지어 미래에는 인재 한명이 수백만명 또는 수천만명을 먹여 살릴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 말은 언뜻 들으면 인재라는 말 속에 사람의 능력은 타고난다는 거짓된 믿음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인재 한 사람이 나머지 사람들을 먹여살릴 것이니 인재 한명에게 기회가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불러일으키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한다. 현재의 사회와 우리의 경험이 말해주듯이 사실 이 어구는 거짓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한명의 인재는 더 많은 파이를 갖기 위해 수십만명의 파이까지도 가져가는 현실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좀 더 확실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예로는 맨 앞의 수치의 예 중에 첫번째를 주목해 볼 수 있다. 2007년 신용 버블 붕괴로 인한 미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대출이자를 갚지 못해 파산자가 그렇게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400대 부자들의 자산은 10배가 늘어났다는 것은 결국 대다수의 파이가 소수의 부자에게 돌아갔다는 말로만 설명이 가능하다.

오늘날 심각한 소득 불평등과 점증하는 사회병리 현상들 간의 상관관계는 이미 충분히 확인되었다. 이로써 경제적 상위 계층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힘들어지는 상황 속에 있을 것임이 분명하고 이에 따라 삶의 질이 나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사회의 현실이다. 한편 엘리트주의(불평등)이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제 성장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역효과를 낸다고 지적하는 연구자들이나 분석가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에는 몇가지 예시가 있는데 사업을 하려해도 담보물이 없어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 교육 비용이 늘어난 탓에 재능이 있는 젊은이들이 역량을 쌓고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빼앗기는 경우, 사회적 긴장의 고조와 불안한 분위기로 인해 보안 서비스 비용이 급증하면서 경제에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는 자원이 잠식되는 경우 등이 그렇다.

이러한 불평등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사람들이 경제적, 지리적(물리적 거리)으로 양극화 되면서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은 점점 줄어들고, 대신 점점 더 많이 상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상상은 소비의 패턴에 영향을 미치는데, 많은 젊은 세대들이 매스컴에 의해 부자들의 소비 패턴에 대해 본다. 하지만 그들의 자산이나 생활 양식을 전혀 경험할 수 없는 사람들은 그것이 상상을 통해서만 받아들여질 수 있고, 이를 실제의 경제적 격차와는 무관하게 받아들여 현실감을 잃은 채 소비해버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집은 없는데 차가 벤츠인 경우, 카푸어)

하지만 더 무서운 사실은 우리는 이와 같이 경제의 불평등이 우리의 파이를 줄이고 있다는 사실을 한 번 쯤 들어봤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지금의 자본주의가 만들어가는 소비의 패턴에 저항하지 않고 그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사회에서 많은 것들이 우리에게 불평등은 불평등을 낳고 빈익빈 부익부를 창출할 뿐이고, 우리의 파이를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을 경각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불평등의 자본주의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지각한 후에도 똑같은 행동 양상을 보이게끔 검증되지 않은 거짓된 믿음들로 우리를 원래의 자리로 돌려논다는 사실인 것 같다.

우리는 왜 불평등을 지각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성공하겠다는 믿음을 갖고 현재의 소비와 경제적 상태에 머무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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